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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본문

2024년/올해 읽은 책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소소한낭만 2024. 1. 15. 19:00

공지영 님의 산문이다.

얼마 전에 책을 냈다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궁금하던 차에 읽게 됐다. 

그렇게 오랜만에 책을 내셨는지 몰랐다. 거의 3년 가까운 기간이었던 듯하다.

중간중간 기사에서 간혹 이름을 본 것도 같고, 예전에 쓰신 책을 읽기도 해서 그리 오래된 줄은 몰랐다. 

바로 얼마 전에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읽기도 했다.

- 지하철 광고판에서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이라는 웹드라마 제작과 주인공 캐스팅 얘기, 원작소설 얘기가 있어 찾아보니 작가가 공지영 님이어서 얼른 빌려 읽었다. 그분 이름만으로 책을 선택해서 후회한 적은 거의 기억에 없다.

 

이 책은 작가가 예루살렘에서의 여행, 아니 순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곳을 다니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기록한 글이라고 짧게 말할 수 있겠다. 

글에서  돌아보는 지역마다 수녀원과 성경의 내용이 언급되지만, 그리고 책을 빌려주신 분이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네요..라고 하셨지만, 글을 읽으면서 크게 거부감이 같은 건 없었다. 참고로 나는 종교가 없다.

다만 성경을 잘 모르니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긴 하지만..

 

어떤 사실, 사건에 대해 차분히 바라보고 그에 대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삶이므로 이 책도 그런 면에서 내게 또 좋은 책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이야기는 '홍동백, 백동백, 그리고 공동백'이었다.

작가가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할 때 화원에서 오래 자란 동백나무를 사다 집 앞으로 터를 옮겼는데 자리를 쉬이 잡지 못했던가보다. 나무에 매달린 시든 꽃들을 매일 따주었다고. 그러고 얼마쯤 그렇게 해주자 새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고.

새것이 오기 전에 옛 것을 반드시 버려야 한다는, 조금 새삼스러운 깨달음.

그리고 그 옛 것을 버리는데도 힘이, 용기가 필요하는 거.

네, 맞아요. 내 마음은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그 옛날, 과거에 얼마나 집착하면서 살고 있었던지.

제목을 읽으며 공동백은 뭐지? 했는데 그 동네에서 학대받던 강아지를 입양하면서 붙여준 이름이 동백이란다.

그 강아지를 작가를 만나 공 씨가 된 거ㅎ

재밌는 이름이네, 여러 차례 안 좋은 상황을 넘기고 지금은 건강한 아이가 된 걸 보니 괜히 나도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이 책은 각각의 글을 시작할 때마다, 사진과 그 위에 쓰인 문구들이 있었는데, 이 글의 시작에 소개된 문구를 알고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노르웨이 드라마 <스캄>에서 인용한 말이라고 하는데, 이 말, 어디선가 전에 나도 읽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도 아! 하며 탄성을 떠올랐는데..

이 글에는 친절한 짧은 말 한마디와 따뜻한 행동의 몇 가지 에피소드들이 있다.

작은 친절. 누군가에게는 예상치 못한 뜻밖의 선물.

그것은 타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이자 최선이 아닐까.
내가 힘들 때, 그걸 모르는 어떤 사람이 그냥 상냥하게 한마디 했을 뿐인데, 나는 너무 위로가 되니까 말이다.

전에도 저 문구를 읽었으니 내게도 그러한 깨달음이 왔었을 텐데, 나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래, 모두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거 잊지 말고 조금이라도 친절하자. 오늘 다시 생각하며 자주 잊지는 말자.

물론 오지랖 넓게 참견하는 건 친절이 아니라는 것도 잊지 않을 것^^

 

그리고 성인 프란치스코 얘기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약간 깨달은 것 가지고는 삶은 바뀌지 않는다. 대개는 약간 더 괴로워질 뿐이다. 삶은 존재를 쪼개는 듯한 고통 끝에서야 바뀐다... 그러므로 고통이 오면 우리는 이 고통이 내게 원하는 바를 묻고 반드시 변할 준비를 해야 한다.'

와.. 책을 읽으면서 나를 잠시 돌아보긴 하지만 일상에서는 또 그대로의 나인 것을 어쩜 이렇게 딱 알아채셨을고.

어느 순간 내가 성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리고 그걸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

다만 하루하루 좀 더 나아진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내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완벽이 아니라 완전한 삶. 온전한 내 삶을 살아가기 위해.

그래서 이렇게 책으로 나누는 얘기가 좋다. 내 생각도 정리할 수 있고, 내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기도 하고..

 

이번 책도, 잘 읽었습니다.

내가 조금 지칠 때, 시간을 두고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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