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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본문

2024년/올해 읽은 책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소소한낭만 2024. 1. 11. 16:13

드디어 이 책을 다 읽는 데는 성공했다. 

책 제목에 이끌려 도서관에서 빌려온 이 책은, 소름 돋게도 내 밀리의 서재 책장에 담겨 있었다.

덕분에 집에서는 책으로, 밖에서는 밀리의 서재로 읽었다.

 

이 책의 서문은 에리히 프롬이 아니라 그의 글을 엮어 낸 라이너 풍크가 썼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읽기를 권하고 싶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 좀 더 잘 이해가 되며, 책을 읽고나서 정리하는 글로도 좋은 것 같다.

 

솔직하게 이 글을 읽고 내 감상평을 쓰려는데, 너무 막막해서 계속해서 책을 뒤적거렸다.

제대로 읽지 못했나 싶어 한번 더 읽기도 했지만

읽을 당시에는 아, 하고 깨닫는 듯 싶다가 돌아서면 머릿속은 다시 뒤죽박죽..

그래서 다시 책을 펴고 인상깊었던 구절을 골라가면 발췌해 적고..

 

자세히 보니 그건 불안감 때문이었다.

내가 저자의 의도와 다른 것을 말할까 봐,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을 솔직히 얘기했을 때 그건 아니야 하고 부정당할까 봐.

책을 읽고 저자의 말을 정리하는 건 줄거리요약이지 내 감회가 아니지 않나..?

그냥 용감하게 나가기로 했다. 나 스스로 생각한 바는 이러하다, 당신은 어떠한가 라고 묻기로 했다.

 

이 책에서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로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온갖 기술발달로 모든 것이 풍족하고 편리해진 현대 사회에 우리 인간들은 그것들을 누리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에 종속되기도 하고, 끌려다니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주 무력한 느낌을 느끼게 되고,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그 이유는 우리가 생각하기를 멈췄기 때문이다.

생각을 한다는 건, 그러니까 주체적으로 생각을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잘 관찰해야 하고, 느껴야 하고, 시간을 들여 다듬어진 하나의 의견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시간이 많이 들고 피곤하다. 

하지만, 주변에는 많은 글들이, 많은 의견들이 떠다닌다. 그 중에서 편안하게 하나를 취해 내 생각인 양 말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말을 하다 보면 그게 바로 내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우리는 편리하지만 수동적으로 변해간다.

점점 지루해지고, 이러한 감정을 피하기 위해 온갖 자극적인 오락거리를 찾는다.

그러다 보면 다시 스스로를 돌아보거나 생각할 시간의 여유는 더 없어진다. 하지만 머릿속은 지루함도 잊고 재밌다.

이런 악순환의 반복으로 우리들은 그저 존재하기만 한다.  

어려운 것은 회피하고 변화와 성장은 없다.

내 안의 무력감과 불안, 공허를 지우기 위해 바깥으로 시선을 돌린다.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강박적으로 많은 것을 소비한다.

 

현대 발전과 다양한 대중매체들의 발달 속에서 우리 인간은 점점 소외되어 가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으로 제대로 살기 위해 삶을 사랑해야 하고 활동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삶을 사랑한다는 건 내 안의 성장과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비록 고통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인내하는 힘, 그것이 사랑이다.

또한 우리 안의 수동성을 의식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불안과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억지로 분주하게 사는 삶이 아니라, 맞서기 위해 충분히 인내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다. 

 

이 책을 읽고  내 안을 들여다 보고 얼마나 많은 무력감과 분노가 있는지 새삼 또 느꼈다.

안정된 것 같지만 불안한 느낌이 드는, 조금은 우울한, 또 무기력한 나..

회피하지 말고 맞서라 는 말, 멋지지만, 사실 두렵다.

변화하고 성장하라는 말, 필요한 걸 알지만 또 몸이 사려진다. 

그러니 사람이지..

조금씩 꾸준히. 그것만은 내가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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